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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혼자 아이를 키우면 돈을 버는 일부터 병원, 식사, 학교 연락까지 부모 역할이 고스란히 한 사람에게 몰립니다. 양육 책임을 먼저 적어 보고, 역할 부담이 어디서 커지는지, 현실적인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할지 정리했습니다.

학교에서 연락이 오면 직장 일정이 흔들리고, 저녁이 되면 식사와 숙제가 남습니다. 한부모 아빠의 하루를 무겁게 만드는 건 혼자 맡는 일의 수와, 기댈 곳이 얼마나 있느냐입니다.

저도 부모 역할이라는 말이 처음에는 꽤 부담스러웠습니다. 막상 겪어 보니 모든 일이 똑같이 무겁지는 않았습니다.

 

아빠 혼자 아이 키울 때 부모 역할 부담, 저녁 식탁에 앉아 종이에 할 일을 적고 옆 의자에는 아이 책가방이 걸린 모습
아빠 혼자 아이 키울 때 부모 역할 부담 줄이는 첫걸음, 양육 책임 적어 보기

 

양육 책임 — 혼자 맡게 되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양육 책임이라고 하면 생계를 먼저 떠올리기 쉽습니다. 실제로는 병원 예약, 준비물 확인, 선생님과의 연락, 아이 기분 살피기처럼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일이 훨씬 많습니다.

두 사람이 나눠 하던 일, 한쪽이 조용히 맡아 오던 일이 이제 모두 한 사람 앞으로 옵니다. 그래서 어떤 일이 있는지부터 한 번 적어 보았습니다.

이런 일은 따로 시간을 내서 하기보다 출근길, 점심시간, 퇴근길 틈틈이 처리하게 됩니다. 하나하나는 작아도 잊으면 아이가 바로 불편해지는 일이라, 머릿속에서 쉽게 내려놓지 못합니다.

 

한 주 동안 맡는 일 나눠 적기

한 주 동안 반복되는 일을 성격별로 나누면 대략 세 갈래로 묶입니다.

  • 몸으로 하는 일: 식사 준비, 씻기기, 빨래와 청소, 등하교
  • 챙기고 기억하는 일: 준비물, 학교 알림, 병원 예약, 학원 일정
  • 판단이 필요한 일: 아이가 아플 때의 대처, 식사와 영양, 생활 습관

목록을 길고 꼼꼼하게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일이 자꾸 밀리고, 어떤 일 앞에서 망설이게 되는지만 드러나면 충분합니다. 아이 기분을 살피는 일처럼 어디에 넣기 애매한 일도 따로 한 줄 남겨 둡니다.

이렇게 나눠 놓으면 같은 '바쁘다'도 성격이 다르다는 게 보입니다. 시간이 모자라서 막히는 일이 있고, 시간이 있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막히는 일이 있습니다. 막히는 이유가 다르면 풀어 가는 방법도 달라집니다.

 

역할 부담 — 몸보다 판단이 더 무거운 이유

제 경우 몸으로 하는 일은 그나마 할 만했습니다. 피곤해도 하다 보면 손에 익고, 순서를 정해 두면 걸리는 시간도 조금씩 줄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아이가 아플 때였습니다. 어디가 아픈지 정확히 알 수 없으니 병원에 가야 할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119에 전화해 물어본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

아이 영양도 비슷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먹여야 잘 챙기는 건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나중에 아이에게서 아빠가 안 챙겨 줘서 키가 안 컸다는 말만큼은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몸이 힘든 일은 자고 나면 어느 정도 회복됩니다. 판단이 필요한 일은 잘한 건지 알 수 없어서, 일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마음에 남습니다. 퇴근 후나 밤처럼 물어볼 사람이 마땅치 않은 시간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부담이 커지는 순간 짚어 보기

역할 부담은 개인의 능력이 모자라서 생긴다기보다, 일정과 결정이 한 사람에게 몰리면서 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혼자 판단하고 혼자 책임져야 하는 순간이 겹칠수록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피로가 몰리는 시간대, 자주 빠뜨리는 일, 돌봄 공백이 생기는 순간을 구체적으로 적어 봅니다. "늘 힘들다"보다 "아이가 밤에 열이 날 때", "이번 주 식단을 정해야 할 때"처럼 장면으로 적으면 미리 대비할 곳이 보입니다.

적어 놓고 보니, 손이 많이 가는 일보다 판단이 필요한 일부터 물어볼 곳을 정해 두는 게 먼저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현실적인 역할 분담 — 혼자 다 하지 않도록 나누는 방법

역할 분담이라고 하면 집 안에 나눌 사람이 있어야 할 것 같지만, 혼자 키우는 집에서는 나눌 대상이 집 밖까지 넓어집니다. 가족과 지인, 학교, 병원, 지역 돌봄기관이 각각 맡을 수 있는 몫이 있습니다.

 

판단이 필요한 일은 물어볼 곳 정해 두기

아이가 아플 때 혼자 판단하기 어렵다면, 평소에 연락할 곳을 정리해 둡니다. 다니는 소아청소년과의 연락처와 진료 시간, 밤이나 휴일에 갈 수 있는 병원 위치를 한곳에 적어 두면 급할 때 덜 헤맵니다.

식사와 영양처럼 계속 마음에 걸리는 문제는 진료를 받으러 갔을 때 소아청소년과 의사에게 함께 물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미국소아과학회 자료에서도 혼자 아이를 키우는 보호자에게 모든 일을 혼자 감당하려 하지 말고 가족, 친구, 소아과 의사에게 도움을 구하라고 권합니다.

보호자 외 가족이나 학교, 지역 돌봄기관이 어떤 역할을 맡아 줄 수 있는지도 확인해 둡니다. 운영 시간과 이용 조건은 지역과 기관마다 다를 수 있으니 이용 전 해당 기관에 확인해 보세요.

 

아이에게 맡길 일은 나이에 맞게

아이에게도 맡길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자기 가방 챙기기, 식탁에 수저 놓기, 벗은 옷 바구니에 넣기처럼 아이 나이와 안전 수준에 맞는 일부터 정합니다.

다만 어른의 생계나 감정 문제까지 아이에게 지우지 않는 게 원칙입니다. 같은 자료에서도 아이에게 어른의 위로나 감정적 의지를 기대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도움을 청하는 일은 아빠가 그 책임을 오래 지고 가기 위한 준비에 가깝습니다.

 

아빠 혼자 지는 부모 역할의 부담은 맡은 일을 나눠 적는 데서부터 조금씩 가벼워집니다.

지금 맡고 있는 양육 책임을 적어 보고, 몸으로 하는 일과 판단이 필요한 일을 나눈 뒤, 판단이 필요한 일부터 물어볼 곳과 나눌 사람을 정해 둡니다. 아이가 자라면 아이가 맡을 수 있는 몫도 조금씩 늘려 갑니다.

혼자서 모든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기는 어렵습니다. 혼자 다 하지 않아도 아이에게 필요한 돌봄이 끊기지 않게 길을 만들어 두는 것, 그게 혼자서도 부모 역할을 이어 가는 방법입니다.

 


참고 자료

  • 미국소아과학회(AAP) HealthyChildren.org, 「Single Parenting: Tips for When You're Raising Kids on Your Own」